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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고속도로 놔두고 굳이 국도를 선택한 고집 '붉은 사막 (Crimson Desert)' 리뷰

 

붉은 사막

플레이타임 53시간, 엔딩 완료

 

수년 전 최초 공개 트레일러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한국에서 만드는 중세 판타지 오픈월드가 이 정도 퀄리티라고? 이걸 한 게임에 다 담을 수 있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걱정이 컸었다.

그리고 오랜 우여곡절 끝에 게임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달려 엔딩을 본 지금, 내 머릿속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압도적인 비주얼, 그리고 무너진 최적화

시각적인 만족감은 훌륭하다.

지도만 펼쳐봐도 판타지 게임 중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며,

수평과 수직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에 밀도 높은 오브젝트를 꽉꽉 채워 넣었기에

먼 곳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세계는 몰입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 컷신 액션의 부드럽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은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화려함의 대가는 가혹하다.

PS5 Pro 성능 모드(2026년 4월 4일 패치 기준)조차

대규모 전투나 큰 마을, 비 오는 날씨 등 부하 요소가 생기면 30프레임 방어조차 무너진다.

훌륭한 비주얼이 무색해질 만큼 게임 경험을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은 여기서 끝이다.

50시간이 넘는 플레이 중, 순수하게 게임플레이로 즐거웠던 시간은 다 합쳐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절망적인 조작감과 불쾌한 퍼즐의 환장할 콜라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작감이다. 단순히 달리기(X)와 점프(ㅁ) 배치가 낯선 수준이 아니다.

ㅁ버튼 하나에 점프, 조사, 획득, 훔치기, 대화 등 수많은 상호작용이 몰려있다.

아이템을 주우려다 그 앞에서 헛점프를 뛰는 꼴을 보면 속이 터진다.

L3 버튼 역시 갈고리와 난간 매달리기가 겹쳐 있어, 난간 끝에서 갈고리를 쓰려다 밑으로 매달려버리는 촌극이 수시로 벌어진다.

기본적인 QA 테스트를 하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 끔찍한 조작감은 불친절한 퍼즐과 만나 재앙이 된다.

아무런 힌트도 없이 던져놓고, 꽁꽁 숨겨진 조작부를 찾더라도 문제 해결 방식은 '답정너'다.

똑같이 무언가를 밀어야 되는 상황에도 퍼즐에 따라 몸으로 밀기, 특정 스킬(지정타) 쓰기, 상호작용 버튼 누르기 등 일관성이 없다.

퍼즐 조각의 위치나 각도 판정은 무의미하게 깐깐하며,

그냥 보여줘도 될만한 시각적 피드백들도 랜턴이나 검의 반사광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등,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귀찮게 만들었나" 하는 짜증만 유발한다.

 

철학 없이 욱여넣은 전투와 서사

전투는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걸 다 때려 넣은 잡탕이다.

절망적인 조작감 탓에 원하는 타이밍에 공방을 펼치기 힘들고,

적이 3명 이상 몰리면 난전이 되어 판정 좋은 스킬 원툴로 귀결된다.

1:1 보스전 역시 수비 공략의 일관성이 없어, 패턴 파악의 재미를 느끼기보다

그냥 물약이나 많이 가져와서 맞으면서 때려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는 더 이상 이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만든다.

 

게임플레이가 부실할때 이끌어줘야할 스토리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초반 빌드업이 부실해 개연성을 납득하기 어렵고, 챕터 간의 연결고리가 단절되어 있어 몰입이 끊긴다.

한글 더빙의 대작 판타지 서사를 기대했지만 남는 건 물음표뿐이다.

 

경부고속도로 놔두고 국도 타는 '카피캣의 고집'

아이템을 하나씩 주워야 하는 불편함,

간단한 레시피를 배우는데도 아이템 구입, 가방 열기, 레시피 선택, 눈으로 보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스텝,

아이템 정비를 하려면 특정 NPC에 가야하고,

창고에서 재료를 꺼내와야만 가능한 강화 등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시스템이 한가득이다.

이런 고집을 부리려면 그럴만한 이유나 개발진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지만,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건 오직 '다른 명작 베끼기'뿐이다.

 

억지스러운 불편함과 상호작용은 "레데리 2",

물건 옮기기 퍼즐이나 온도 페널티, 등반 기력 시스템은 "젤다 야숨"과 상당히 유사했다.

안타까운 건 명작의 요소를 가져와 놓고 정작 '재미'로는 하나도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유사 장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쾌적한 경부고속도로를 뚫어놨는데,

유명인이 국도로 간다니까 이유도 모르고 꾸역꾸역 따라가는 꼴이다.

 

 

총평

물론 칭찬할 구석은 있다. 영지 관리, 하우징, 펫, 미니게임 등 초기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요소들은 다 들어있다.

이런 단점들을 감내할 여유가 있는 유저라면 한 달 내내 해도 모자랄 방대한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그저 "기능은 작동하고 많은 걸 할 수 있다"에만 꽂혀버린 그들의 고집스러운 과적이 매우 아쉽다.

음식점에 음식메뉴와 양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맛이 없거나 먹기 불편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음번에는 그들의 고집이 조금 더 많은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위한 배려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2.8/10점

 

[평점 가이드]

9.1 ~ 10.0 : 말 그대로 갓겜
8.1 ~ 9.0 : 장르를 불문하고 남에게 추천할 만한 명작
7.1 ~ 8.0 : 취향에 맞다면 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작
6.1 ~ 7.0 : 나쁘지 않지만 큰 재미나 임팩트가 부족한 게임
5.1 ~ 6.0 :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는 갖춘 게임
4.1 ~ 5.0 : 재미를 해치는 명확한 단점들이 존재하는 게임
3.1 ~ 4.0 : 경험이 불쾌하고 세일해도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
2.1 ~ 3.0 : 재미보다 플레이하는 시간이 아까운 게임
1.1 ~ 2.0 : 이렇게 못 만들기도 힘들다 싶은 게임
0.0 ~ 1.0 :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