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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극한의 긴장감과 시원한 쾌감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완급조절, "바이오 하자드 레퀴엠 (Resident Evil Requiem)" 리뷰

 

바이오 하자드 레퀴엠

플레이타임 20시간, 1회차 표준(클래식) 난이도 완료, 2회차 스피드런 완료.

 

 

리메이크(RE) 시리즈를 제외하면 무려 5년 만에 등장하는 넘버링 신작이다.

이번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새로운 주인공 '그레이스'와 시리즈 인기 캐릭터 '레온'의 2주인공 체제를 내세웠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레이스는 클래식한 서바이벌 호러를, 레온은 4~6편에서 추구했던 액션을 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타이틀은 캡콤 바하팀이 여태껏 쌓아온 노하우의 총집합체다.

 

숨 막히는 호러와 통쾌한 해소, 경지에 오른 템포 조절

이 게임의 가장 큰 무기는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이다.

그레이스 파트에서 공포 분위기로 긴장감을 극한까지 조였다가,

레온의 통쾌한 액션으로 풀어주는 초반의 템포 조절은 이제 경지에 오른 듯하다.

 

특히 그레이스 파트는 정통 서바이벌 호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빡빡한 탄약 및 인벤토리 관리와 퍼즐의 재미가 살아있고, 좀비들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해 공략하는 맛을 더했다.

파트 분배 탓에 바하 특유의 '저택 탈출' 레벨 디자인 규모는 약간 줄어든 느낌이지만,

레온 파트와 교차되는 시점 덕분에 각 스테이지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압축되어 있어 만족감이 높았다.

무엇보다 초반 크리쳐와의 보스전 같은 특정 인카운터 구간의 레벨 디자인은 기가 막힌다.

유저에게 미리 맵 구조를 학습시켜 안심시킨 뒤 보스를 투입해 길을 막아버리는 설계는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레온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캡콤의 고질병이 낳은 장르적 이질감

레온 파트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해결사 느낌으로 스토리와 연출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그레이스로는 피해 다니기 바빴던 적들을 손쉽게 도륙 내는 카타르시스도 확실하다.

다만, 레온 파트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구간부터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캡콤의 고질병이 도지고 만다.

 

액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반부부터 실시간 스코어를 재화로 변환해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이 뼈대로 자리 잡는데,

이는 본편 캠페인에 '머시너리 모드'를 통째로 우겨넣은 듯한 극단적인 아케이드성을 띤다.

여기에 시리즈 전통의 쌈마이한 B급 감성이 묻어나는 속도전(특수 이벤트)까지 더해지며

그레이스 파트가 쌓아둔 진중한 긴장감은 완전히 증발해 버린다.

주인공의 개성을 위해 시스템까지 분리한 과감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한 타이틀 안에서 두 개의 다른 게임이 겉도는 듯한 짙은 이질감을 남긴다.

레온이라는 캐릭터의 인기때문에 분량을 줄이기는 어려웠겠으나,

초반부의 훌륭했던 리듬감와 조합에 비해서는 투머치라는 느낌.

 

훌륭한 디테일, 그러나 엇박자를 내는 스케일

비주얼 측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RE엔진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탁월하다.

오픈된 야외 공간의 최적화는 다소 아쉽지만, 좁은 실내 건물 표현과 어두운 곳의 광원 묘사는 훌륭하다.

특히 인물들의 모델링과 땀, 혈액 등의 디테일한 묘사는 현존하는 공포 게임 중 감히 업계 최고 수준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넓어진 월드 스케일은 조작감과 미묘한 엇박자를 낸다.

레온 파트를 중심으로 넓은 필드를 구현해 풍경을 감상하는 스케일업은 좋았으나,

바하 특유의 무겁고 느릿한 무빙으로 이 넓은 곳을 누비는 것은 꽤 피로한 일이다.

다행히 제작진도 이를 인지했는지 동선 자체에 무리한 뜀박질을 강요하진 않지만,

탐색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만한 크기다.

 

덧붙여 스토리의 경우, 시리즈 특유의 B급 감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뻔하게 흘러가지만,

애초에 서사를 기대하고 하는 게임은 아니기에 플레이를 견인하는 용도로는 무난하게 제 몫을 다한다

 

총평

공포감 제공과 긴장 완화, 그리고 스토리의 해결. 정형화된 바하의 근본 구성이지만,

레퀴엠은 2명의 캐릭터와 2개의 극단적인 시스템으로 이 대비를 더욱 선명하게 벼려냈다.

두 파트의 이질감과 조작의 피로도 등 분명한 호불호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캡콤은 압도적인 자본의 힘과 오랜 시간 쌓아온 장르적 노하우로 이 단점들마저 묵직하게 짓눌러 버린다.

억지로 트집을 잡을 순 있어도, 재미없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해져 버린 초거대 체급의 바이오하자드 신작이다.

8.8/10점

 

[평점 가이드]

9.1 ~ 10.0 : 말 그대로 갓겜
8.1 ~ 9.0 : 장르를 불문하고 남에게 추천할 만한 명작
7.1 ~ 8.0 : 취향에 맞다면 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작
6.1 ~ 7.0 : 나쁘지 않지만 큰 재미나 임팩트가 부족한 게임
5.1 ~ 6.0 :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는 갖춘 게임
4.1 ~ 5.0 : 재미를 해치는 명확한 단점들이 존재하는 게임
3.1 ~ 4.0 : 경험이 불쾌하고 세일해도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
2.1 ~ 3.0 : 재미보다 플레이하는 시간이 아까운 게임
1.1 ~ 2.0 : 이렇게 못 만들기도 힘들다 싶은 게임
0.0 ~ 1.0 :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