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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묵직한 성취감과 삐걱거리는 현실성 사이의 등반, 케른 (Cairn) 리뷰

 

케른

플레이타임 10시간 40분, 엔딩 완료

 

액션 어드벤처의 '등반'만 떼어낸 본격 시뮬레이터

《툼 레이더》나 《언차티드》 같은 어드벤처 게임에서 흔히 보던 '벽 타기' 요소만 가져와 본격적으로 게임화했다.

양손과 양발, 사지를 각각 조작해 산을 오르는 방식은 한때 유행했던 '항아리 게임(Getting Over It)'류를 연상시키지만,

플레이어에게 고의적인 악의를 가지고 고통을 주려는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묵직한 등산 그 자체에 집중한 시뮬레이터에 가깝다.

오히려 '택배'라는 행위를 고유의 재미로 승화시켰던 《데스 스트랜딩》처럼,

'등반'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준수한 게임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사서 하는 고행'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신중하지 못한 한 번의 움직임은 즉시 추락으로 이어지고, 힘들게 올라온 구간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화려한 연출이나 적을 때려 부수는 쾌감을 기대하는 게이머와는 상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재미'보다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고행'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한다.

 

몰입을 방해하는 기술적 허술함

리얼한 등반을 표방하지만,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물리 엔진이 몰입을 깬다.

게임적 허용이라 이해하려 해도, 인체 역학을 무시한 채 꽈배기처럼 꼬이는 관절이나

옆으로 누워서 산을 오르는 기괴한 자세는 진지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판정 또한 일관성이 부족하다. 안전해 보이는 지형에서 떨어지거나,

반대로 절대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구간에서 손발이 붙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높은 이동 피로도로 인한 강제된 선형 플레이

맵 곳곳에는 숨겨진 동굴이나 독특한 랜드마크 등 시선을 끄는 장소들이 보여 오픈월드 게임처럼 탐험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궁금한 곳을 확인하려면 힘들게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거나 위험한 횡단 등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동 자체가 곧 고난인 게임 시스템상 "저기를 확인하러 가느니 차라리 위로 올라가겠다"는 타협을 하게 된다.

평소 맵을 샅샅이 뒤지는 성향의 게이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은 이동 피로도가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물리적으로 억누르고, 결과적으로 게임을 선형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든다.

 

10시간의 반복, 피할 수 없는 단조로움

가장 큰 고비는 게임플레이의 깊이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평지 이동과 등산만 반복되며,

새로운 조작이나 스킬의 변화가 없어 플레이 자체는 지루해지기 쉽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컷신의 존재다.

등산만 계속되어 템포가 늘어질 때쯤, 적절한 분량과 타이밍으로 컷신이 등장해 흐름을 환기해 준다.

자칫 지루함만 남을 뻔한 과정에서 컷신의 적절한 배치가 최소한의 쉼표 역할을 해 주었다.

 

총평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봉우리를 하나씩 정복할 때의 안도감과 성취감만큼은 확실하다.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등반' 특유의 카타르시스가 살아있는 게임.

다만 그 과정의 단조로움과 기술적 투박함은 감내해야 할 몫이다.

 

 

7.1/1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