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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Clair Obscur: Expedition 33)

Jun8 2025. 4. 29. 07:25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플레이타임 48시간, 최고난이도 엔딩완료

 

프랑스의 신생 개발사에서 제작한 신개념 턴제 RPG 클레르 옵스퀴르.

발매전 트레일러만 봤을때에는 턴제RPG에 QTE가 섞여있고 전투 UI나 카메라워크는 페르소나가 생각나는

조금 특이한 RPG 게임이 나오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데모를 해본사람들의 호평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메타 92점이라는 올해 최고점을 받아서

대체 신생개발사에서 무슨짓을 했길래 첫 작품부터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해서 플레이해보았다.

 

그래픽부터 보자면 전체적인 퀄리티는 상당히 준수하고 최적화도 PS5 Pro 성능모드 기준 꽤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어딜가나 환상적이고 화려한 배경들이 그림과 같이 펼쳐져있어서 보는 맛도 상당히 좋았다.

컷신에서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연기나 장면연출도 영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으로 잘 구성되어있고

전투에서의 이펙트가 조금 과한감은 있지만, 전투연출도 화려해서 반복전투들로도 크게 지루해지지 않았다.

 

AAA급이라고 하기에는 소규모 개발이라 그런지 필드상에 상호작용되거나 움직이는 오브젝트들이 많지 않아

화려한 배경에 비해 배경에 생명력이 좀 부족한 느낌을 받았고,

필드 애니메이션들은 컷신 연출들에 비해서는 약간 어설픈 느낌도 있었다.

 

게임플레이는 턴제 RPG를 싫어하는 사람이 해도 재밌을정도로 

액티브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놓았다. 

공격에서는 박자에 맞춰 QTE, 수비상황에서는 타이밍에 맞춰서 회피나 패링, 카운터등을 눌러야

전투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액션게임 못지 않은 긴장감속에서 매전투를 해야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느긋하게 커맨드를 고르거나 전략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를 하고 싶어하는

기존 턴제 RPG 팬들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요소만 앞에 내세워서 강조하지 않고,

캐릭터마다 개성있는 스킬셋과 악세사리의 옵션조합, 스킬공격이나 기본공격, 사격공격의 강화로

다양한 속성이나 연계빌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RPG요소도 당연히 잘 챙겨놓았다.

 

최고난이도 기준 필드에서의 잡몹 전투도 적들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패링하지 못하면

거의 1,2방에 전멸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파티의 레벨업보다 중요한건 적들의 공격 패턴과 리듬을 숙달해서 플레이어의 숙련도 레벨업이었다.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의 회피로 적들의 패턴을 서서히 배워나가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패링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꽤 재밌고 즐거웠다.

 

RPG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스토리는

여태까지 플레이했던 RPG게임 중에서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세계관이나 설정도 특이하고 흥미로웠고 캐릭터들의 감정묘사나 관계성도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텔링도 중간중간 물음표가 생기는 구간이 있었지만 진행하면서 해소되었고

전체적인 이야기도 매력있고 게임과도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플레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스포일러는 반드시 피하고 플레이하기를 추천.

 

게임에서의 3대요소라고 생각하는 그래픽, 게임플레이, 스토리가 

전부 다 좋은데 그러면 갓겜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클레르 옵스퀴르의 발목을 잡는건 안타깝게도 편의성 부분이었다.

 

편의성 그거 뭐 있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긴 하지만

클레르 옵스퀴르에서는 RPG에서 중요한 몇가지를 (아마도 일부러)

채택하지 않았다.

 

첫번째는 미니맵의 부재.

이 게임에서 미니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월드맵에서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필드나 던전에서는 미니맵 없이 탐험과 탐색을 해야한다.

가뜩이나 배경이 화려한 3D 필드에서 미니맵 없이 길을 찾기란 쉬운일은 아니며

퀘스트마커나 가이드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길을 외워가며 찾아야한다.

 

게다가 눈앞에는 보이지만 당장은 갈 수 없는 지역에 아이템이 배치되어있고

그걸 먹으려면 한참을 진행한다음에 다시 돌아와야되는 구조같은 상당히 복잡도가 높은

필드도 꽤 있어서 필드나 던전의 모든 보물상자나 아이템을 100% 완료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가는

RPG매니아들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선사한다.

 

이렇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센스있는 게임회사가 미니맵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어떠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누군가의 생각에는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다.

 

두번째는 트래킹의 부재.

현대 RPG게임이라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아이템 획득 상황 트래킹.

현재 필드에서 내가 놓친 아이템이 몇개고 그 종류는 무엇인가

내가 어떤 필드를 다녀왔고 어느 지역은 가지 않은 곳인가.

아직 들어가지 않은 필드는 지역이름이 월드맵에 나와있지 않아 구별할 수 있지만

내가 한번이라도 갔던곳은 그곳이 어디였는지 뭘 했는지 등등을 온전히

플레이어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플레이 해야한다.

이것역시 RPG게임에서 없으면 매우 불편한 요소.

 

세번째는 상태화면의 UX

RPG게임에서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상태화면에서의 UX가 상당히 좋지 않다.

특히 악세사리 갯수가 상당히 많고 거기 붙어있는 패시브 스킬들을 관리해야되는 순간이 자주 오는데

기본적인 필터기능이 있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직관적이지 않아서 

내가 어떤 스킬을 넣고 싶을때는 그 스킬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하나씩 다 살펴보아야 하는 상황이 올때도 있다. 

 

그리고 특정 속성에 저항이 있는 몬스터를 잡을때면 스킬을 교체해야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그에 따른 로드아웃 2,3개쯤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편의성은 어떻게 보면 게임의 재미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요소일 수 있지만

게임의 주요소들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옥의티처럼 상당히 눈에 띄고 거슬리며

앞서 말했듯이 RPG게임이기에 더더욱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해도 이런 단점을 씹어먹을 정도의 장점이 훨씬 많고

기존RPG에서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좋은쪽으로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턴제RPG에 질린 사람들, 뻔한 왕도 스토리에 질린 사람들,

최적화 안된 어설픈 그래픽에 질린 사람들, 가성비 좋지 않은 풀프라이스 게임에 질린 사람들 모두에게 강력추천!

 

9.0/10점